대한공공의학회 홍인표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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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관리자 작성일2017-03-30 15:27 댓글0건본문
“의사 일을 사명감으로 한다는 신념,
자기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일보다
명예로운 게 어디에 있겠습니까.”
“醫師 일을 사명감으로 한다는 신념”
다문화가정을 위한 의료지원 활동 적극 전개
라오스 등 선천성 기형 무료 수술 해외 봉사
▶“마음의 태양을 가져라”
# 14세. 소년 홍 인표는 아버지로부터 중학교 입학을 기념하여 영어 참고서를 선물로 받는다. 교장 선생님이었던 아버지는 참고서 뒷장에 ‘마음의 태양을 가져라, 입술의 노래를 가져라, 그리고 항상 용기를 잃지 말라’고 적었다. 목표를 가지고, 즐겁게 살아가라는 뜻. 주변의 친지들도 의사나 법조인이 많아 돈 보다는 명예나 사명감을 중시해야 한다는 가풍도 은연중에 몸에 익어 있었다. 醫職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의사 일을 사명감으로 한다는 신념, 자기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일보다 명예로운 게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 소박한 삶의 日常
# 82년. 충남의대를 졸업하고 무의촌인 부여군 석성면의 보건지소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소여물을 자르다가 손가락을 절단한 사람, 농약 사고 환자, 그리고 영양이 불충분하여 발생하는 언청이 환자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을 돌봐줘야 하는 시설이나 인력은 태부족. 보건지소장으로 근무하기 전 6개월 동안 공주도립병원에서의 연수가 큰 도움이 되었다. 열악한 여건이었지만 3년 동안 성심을 다했다. 그런 만큼 보람도 컸다.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 소아과를 택하려했으나 손가락이 잘린 아이와 언청이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치료비 대신 가져다주는 참외와 수박, 그 소박한 삶의 日常. 지역 주민의 따뜻한 情을 잊을 수가 없었던 것. 그들과 함께 보낸 소중한 시간들이 너무 감사했다. 성형외과를 선택한 이유다. 당시만 해도 성형외과는 생소한 분야였다.
마침 공공의료기관인 국립의료원에서 막 성형외과 진료를 시작하던 시점이었고, 공공의료기관을 찾는 어려운 환자들에게 정성을 다했다. 성형외과 1세대인 그는 국내에서 언청이 수술을 가장 많이 하고,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거둔 인물로 꼽힌다.
▶언청이 환자와 더불어
#…2004년. 중국 심양시구강병원에서 조선족 언청이 수술을 할 때 어린이와 함께 보호자로 왔던 아주머니를 2008년 경 우연히 병원 근처 식당에서 만났다.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던 아주머니는 “먼 외국까지 나가서 의료봉사 해주시는 것도 훌륭하지만 국내에서도 결혼이민자가 많아지면서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조사를 해보니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 외국인근로자 등이 말도 안통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서 의료소외계층으로 방치되고 있었다. 그 인연으로 한국다문화연대 의료봉사단을 출범시키게 된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내 언청이 환자들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중국의 환자들에게 무료수술을 하게 되는 계기다. 1998년 중국연길병원에서의 의료봉사활동을 시작으로 2004년엔 중국 정부의 정식 초청으로 환자 수술에 나섰다. 초창기엔 언청이 환자가 너무 많아 하루에 200명의 환자들이 몰릴 정도였다.
성형외과 진료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해 현지 병원에서 환자를 모으면 병실을 꽉 메웠다. 문제는 치료비. 수술은 무료로 해줄 수 있었으나 병실 대여료가 난제였다. 그 비용이 평균 2천만원에서 2천5백만원 정도. 처음에는 국내 민간단체의 지원을 받았으나 점차 지원이 줄어들었다. 그 돌파구가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연대와의 만남이었다.
“국내 다문화 가정 구성원이 100만명이 넘었습니다. 2020년이 되면 국내 다섯 가족 중에 한 가정은 다문화 가정입니다. 더욱이 다문화 가정의 형편이 좋지 않은데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가정이 너무 많습니다. 사회 통합 차원의 지원, 즉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더욱 힘쓸 계획입니다."
홍 이사장은 2010년 의료봉사단장을 거쳐 지난 3월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연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다문화연대와 의료봉사
#…몽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내과의사(43세, 초혼, 4.13kg 아기)가 있었다. 자연분만이 어려워 제왕절개수술을 해야 했지만 생활이 넉넉지 않아 절박한 상황. 시집와서 살고 있던 강화군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한국다문화연대로 경제적 지원을 긴급히 요청했다.
국립의료원 다문화가정 진료센터 정 의식 산부인과장의 집도하에 여자아기가 태어났다. 벌써 만 4살. 그 산모의 소개로 몽골 아르항가이 종합병원으로 의료봉사를 다녀오게 되었다. 해외 의료 봉사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홍 이사장은 2010년 다문화연대 의료봉사단장, 같은 해 국립중앙의료원 다문화가정진료센터장 등을 맡으면서 다문화 지원 활동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게 된다. 국내 병원들 가운데 다문화가정을 위한 진료센터를 운영한 것은 국립의료원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몽골 아르항가이, 중국 선양(瀋陽)과 옌지(延吉) 등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벌인 그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이러한 활동을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다. 올 5월 라오스 비엔티안 어린이병원을 찾아 선천성 기형 아동에게 무료수술을 하고, 7월 중국 선양시구강병원과 옌볜대 부속 복지병원에서, 8월에는 몽골 아르항가이 태리오트 병원에서 각각 의료봉사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해외 병원 방문 시에는 다문화연대 의료봉사단원 등이 함께한다.
홍 이사장의 이러한 봉사 열정은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아 2012년 대한의사협회의 공직의사 봉사상에 이어 2013년 한미 참의료인상을 수상했다.
■홍 인표 이사장은…
성형외과 1세대, 봉사로 일관한 삶
“공익 추구하는 영역,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당사자가 저라는 사실이 너무 감사합니다.”
○…성형외과 의사에게 꼭 묻는 질문, “왜 개업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제 집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가문을 빛내야지, 의사가 무슨 돈이냐고. 3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집 사람의 적극적인 동의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의료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활동에 진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국가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한다는 사명감, 북한 이탈주민이나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 가정 등을 지원하는 것은 비용보다 공익을 추구하는 영역이잖아요.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하는데 당사자가 저라는 사실이 너무 감사합니다.”
그가 말하는 봉사의 삶이 형식적인 수사로 들리지 않는 것도 그 만큼 진정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명감으로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느냐”는 신념이다.
그가 즐겨 말하는 이런 평범한 일상들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오랫동안 쌓아 온 근면함과 성실성 때문일 것이다. 인격(人格)은 인내·사랑·유머·선행·용기의 또 다른 이름이다.
○…홍 이사장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사랑 전도사’라고 한다. 수상소감을 얘기하든 강의를 하던 말미에는 꼭 “서로 사랑하자”고 말한다.
“아버님께서 쉽고도 어려운 말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고, 항상 누군가를 사랑하라고 하신 말씀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고 싶을 때 그 사람 입장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훨씬 마음이 편해집니다. 사랑한다는 마음을 항상 품고 있으면 다른 사람을 정말 사랑하게 됩니다.”
우리는 제대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랑에 연연하고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형외과 1세대인 홍 이사장은 국내에서 언청이 수술을 가장 많이 하고,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거둔 인물로 꼽힌다.
2010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대표 의료기술 65건 가운데 국립의료원 성형외과가 언청이수술(입술·구가의 선천기형수술), 피부종양(피부암 제거술), 대머리 치료(모낭 모발이식) 등 3개 분야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성과다.
○…홍 이사장의 말투는 낮고 느렸지만, 참복 사시미 뜨듯 사박사박한 바이브레이션은 여전히 탐스러웠다. 그런 목소리로 ‘사랑과 봉사’를 말하니까 저절로 설득력이 묻어난다. 부럽다. 그래서 홍 이사장이 얘기하는 사랑은 낯설지 않다. 충남의대 문학 서클을 이끌면서 시와 희곡을 썼던 것도 어쩌면 이러한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진료실 낡은 액자 속에 오래 도록 간직하면서 문득 되새기는. 오 세영 시인의 ‘낙엽’. -가자, 우리들의 사랑을 밝히는 등불을 들고-는 그의 삶을 일관하고 있는 ‘사랑과 봉사’와 적확하게 상통한다.
○…‘신선함’을 느끼는 것은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만은 아니다. 일상의 일들을 티 나지 않고 우직하게 실천하는 진정성을 만날 때도 우리는 신선함을 느낀다. 소외된 이웃들과 따뜻함을 나누는 홍 이사장의 행보가 그래서 신선하다. 건강한 공직자로 그리고 성실한 생활인의 모습. 그는 진짜 행복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홍 이사장의 봉사와 사랑은 현재 진행형이다.
황보 승남국장/hbs5484@hanmail.net
백 현아 기자/luvsoul@gmail.com
【蛇足…인터뷰를 마치고】인터뷰 내용을 되새겨보면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세상사는 지혜를 가르쳐 주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상세한 대화 내용이야 기사를 쓰고 나면 대부분 잊어버린다. 그들이 쏟아내는 온갖 복잡한 이야기를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오래도록 남는 것은 그 사람을 지금의 그 사람으로 만든 독특한 기질이나 습관 같은 것이다.
특히 열정과 끈기가 재능의 다른 이름이라는 건 인터뷰 내내 반복해서 확인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었다. 그들은 말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성공했고, 사실은 그래서 행복하다고. 성공해서 행복한 줄 알았더니 좋아하는 일을 행복하게 할 수 있어서 성공했다는 것이다. 결국 '행복하지 않은 성공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였다.
강하게 마음을 울렸던 공통적인 얘기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왔다"는 것이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을 만나면서, 인터뷰를 하면서. 문득, 새삼스럽게 이런 생각을 정리하게 된 것은. 그는 진짜 행복을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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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비중 최대한 확충 바람직”
노인요양분야 등 공공의료 역할 확대
■공공의학회의 역할과 발전 방안
홍 인표 대한공공의학회 이사장은 2011년 취임한 이후 2013년 연임됐다.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수요의 증가로 영리법인의 허용이나 의료시장 개방 등 급격한 의료정책의 변화가 논의되는 가운데 공공의료분야의 강화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국 국·공립병원을 포함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네트워크를 구축, 기관 간의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학회의 조직과 위상을 제고해 나갈 계획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공공보건의료 비중 추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비중은 2012년 말 현재 기관수 기준으로 5.8%, 병상 수 기준으로 10.0%에 불과하다.
병상 수 기준으로 △영국 100% △호주 69.5% △프랑스 62.5% △독일 40.6% △일본 26.4% △미국 24.9% 등인 OECD 주요국들과는 비교 할 때 턱없이 빈약한 실정이다.
홍 이사장은 "공공의료는 민간에서 할 수 없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경영상의 문제를 도외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강구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행려자나 노숙자 위주의 구호에 집중하고 있는 공공의료에 대한 시각에서 탈피하여 감염병, 치매, 노인요양, 희귀난치성질환, 호스피스 등.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공공의료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관점이다.
실제 지난 4월 개원한 서울시 최초의 구립병원인 '강남 구립 행복 요양병원'은 이러한 공공의료 분야 영역 확대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남 구립 행복 요양병원'은 노인성질환 전문치료병원으로 내과, 신경과, 치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방사선과 등 7개의 양방과 한방 협진진료를 통해 최적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더불어 근본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 즉 선진국처럼 어느 정도 국민부담도 감당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의 조성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시각이다.
다행히 지난해 2월 개정 공공의료법이 시행됨에 따라 기존 공공의료법에서는 모든 활동이 소유 중심의 공공의료기관으로 제한됐으나, 민간의료기관이 의료취약지 거점의료기관과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홍 이사장은 “공공의료분야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인구 고령화 및 만성질환 증가, 신종 조류인플루엔자를 비롯한 신종 전염병의 출현에 대비하는 한편 보건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서비스 향상과 급격한 국민의료비 증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보건의료의 비중을 최대한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