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뇌의 ‘노폐물 청소 체계’ 이상과 연관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의 노폐물 배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치매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 연구진은 최근 학술지 알츠하이머스 & 디멘시아(Alzheimer’s & Dementia)에 발표한 연구에서,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을수록 향후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의 핵심은 뇌 속 ‘글림프계(glymphatic)’라 불리는 독특한 청소 방식이다. 이 방식은 뇌의 미세한 혈관 주위를 따라 흐르는 통로를 통해 뇌척수액을 순환시키며, 독성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타우 단백질) 과 각종 노폐물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연구를 이끈 유퉁 첸 박사(Dr. Yutong Chen) 는 “이번 연구는 대규모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글림프계의 손상이 실제로 치매와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글림프계 이상이 치매 예측 지표로

연구진은 영국의 대규모 건강 데이터 프로젝트인 U.K.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참여한 약 4만 명의 성인 MRI 영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글림프계 기능 저하를 나타내는 ▴글림프계 통로를 따라 움직이는 물 분자의 이동성 저하 ▴뇌척수액을 생성하는 부위인 맥락총(choroid plexus) 확대 ▴뇌로 유입되는 뇌척수액의 흐름 속도 감소 등 세 가지 지표가 향후 10년 내 치매 발병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건강이 뇌의 청소력 좌우

연구진은 또 다른 중요한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고혈압, 당뇨, 흡연, 음주 등 심혈관 질환 위험요인이 글림프계 기능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는 혈관 손상이 뇌 속 미세혈관 주변의 글림프계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휴 마커스 교수(Prof. Hugh Markus)는 “전체 치매 위험의 약 4분의 1은 혈압, 흡연 등 흔한 생활습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이 요인들이 글림프계 기능을 손상시킨다면, 혈압 조절이나 금연과 같은 간단한 개입으로도 뇌 청소 방식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잘 자는 것도 ‘뇌 청소’의 비결

연구진은 수면이 글림프계 활성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숙면은 뇌척수액의 흐름을 촉진시켜 독성 단백질 배출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규칙적인 수면 습관, 심혈관 건강관리, 그리고 필요할 경우 글림프계 기능을 향상시키는 약물 개발 등이 향후 치매 예방의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제안했다.

영국심장재단(British Heart Foundation)의 브라이언 윌리엄스 박사(Dr. Bryan Williams)는 “이번 연구는 뇌의 ‘청소 시스템’이 조용히 손상되면서 치매 위험을 키우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심혈관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곧 뇌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실생활 건강 팁

▴혈압 관리: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꾸준한 약물 복용으로 고혈압을 예방하세요.

▴금연·절주: 흡연과 과음은 뇌혈관 손상 및 글림프계 기능 저하의 주요 원인입니다.

▴숙면 유지: 하루 7시간 이상, 일정한 수면 패턴을 유지하세요.

▴적절한 운동: 주 3회 이상 유산소 운동은 혈류 개선과 노폐물 배출에 도움이 됩니다.

▴균형 잡힌 식단: 염분을 줄이고 채소·과일을 충분히 섭취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