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상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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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관리자 작성일2018-09-14 12:04 댓글0건본문
“암 극복의 길, 주치의와 늘 상의하세요”
호스피스도 주요 암 치료의 하나
검증 안 된 ‘사이비 요법’ 경계해야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수술 후나 수술 전에 항암 약물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몇 개월이 걸리는 기간을 독한 항암제와 싸워야 한다. 방사선치료와 함께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두렵고 흔들리고 혼란스럽지만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인내와 용기를 갖고 암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진행암이나 말기암의 경우 더 눈물겨운 사투를 벌여야 한다. 생존기간 연장과 더불어 보다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신체적, 정신적, 사회 심리적 돌봄이 필요한 이유이다.
암 치료과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환자 스스로나 가족 등 주변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항암 약물치료와 말기암 호스피스 분야의 권위자인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전상훈 교수(44·혈액종양내과 과장)는 “암은 혼자 이겨내는 것이 아닌, 환자 본인의 노력은 물론 가족과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자신의 질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주치의와 상의하고, 검증되지 않은 ‘사이비 암 치료’에 현혹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신뢰할 수 있는 암 전문의를 찾으려면 최소 두 명 이상의 암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가면 주치의를 믿고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명의(名醫)’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환자 본인과 마음이 맞고 믿고 맡길 수 있는 의사이다. 긴 치료 과정에서 마음이 흔들리고 절망감이 생길수록 중요한 일들을 주치의와 상의해서 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병 치료도 하나의 삶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사회와 담을 쌓지 않고 주변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가족·친구·동료들의 관심과 격려는 큰 힘이 된다. 여가 시간에 같이 있어 주기만 해도 병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준다.
전 교수는 고형암(폐암, 두경부암, 식도암, 뇌종양, 흑색종 등)과 혈액암, 혈액질환 환자들을 주로 진료한다. 환자 대부분은 4기 이상이다. 이들에게 항암제 치료뿐 아니라 호스피스 완화치료에 대해서도 상담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항암치료 중단이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결정 등에 대해 많이 힘들어하죠. 이때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위로하고, 특히 버려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곁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의미한 치료를 조기에 종료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을 치료포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만 암 치료가 아닙니다. 말기암의 불편한 증상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암이 없어진 것처럼 편안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암 치료 분야의 의료기술과 치료약제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으나 그 비용 또한 가파르게 상승해 문제이다. 아무리 좋은 약제라 하더라도 너무 비싸면 환자에게 이득을 주기가 힘들다. 이를 재정독성(financial toxicity)이라고 한다.
“항암제 신약이 모든 환자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합니다. 각각의 치료가 잘 들을 수 있는 환자군을 선별하여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최신 약제나 시술의 보험 적용 문제는 환자와 시민이 의료정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릴 적 골육종을 앓아 수술한 뒤 현재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도 진료와 교육, 연구, 사회공헌 등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본인이 암을 앓았기 때문에 암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하고 싶어 혈액종양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환자들의 칭찬이 자자한, CS스타(친절 의사)로 잘 알려져 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돕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는 그에게 환자들은 무한의 신뢰를 보낸다.
“암 치료비가 많이 낮아졌지만 간병비나 일부 비급여진료비 등 여전히 환자와 가족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사회보장제도 내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정보를 확인해서 알려주는 것도 좋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보호자가 없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사회사업팀과 상의해 간병도우미제도나 부천시에서 운영하는 여러 가지 간병도움서비스를 연결해드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희생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전 교수의 좌우명이다. 금연과 절주를 실천하고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한 무산소운동과 스트레칭을 주 2~3회 1시간 정도 하면서 건강을 지킨다.
부천성모병원은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병동간호사, 병동책임수간호사, 전공의, 당직전문의, 각과 전문의까지 핫라인을 통한 순차적인 연락망이 가동된다.
설이나 추석같이 연휴가 긴 경우에도 암 환자들이 응급의료센터로 내원해 핫라인을 통한 즉각적인 처방과 입원 등의 연계가 이뤄진다.
전 교수는 암 치료 중인 환자들에게 “용기를 가지라. 시도하지 않으면 변하는 것은 없다”라면서, 암을 이겨낸(완치 판정) 암 경험자들에게는 “타인의 아낌없는 도움에 대해 평생 감사하며 보답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면, 더욱 풍성한 삶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효순 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건강과학팀장) / 사진·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제공